스튜디오 지브리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브리 영화 중에서 호불호가 극심히 갈렸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것은 지브리의 영화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동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같이 귀여운 영화들을 그려왔으니 결이 좀 안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분명히 지브리,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막을 내리기에 충분한 영화입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히토
1943년 일본은 세계 2차 대전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마히토는 병원에 계시던 어머니를 잃습니다. 밤 중에 폭발 소리에 잠에서 깬 마히토가 불길 속을 뛰어들어가지만 어머님이 살아계시는 것은 불가능해보일정도로 주변이 참혹합니다. 이 일이 있고나서 마히토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동생인 나츠코와 재혼을 하고 나츠코의 본가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마히토는 새어머니인 나츠코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아직 어머니를 잊지 못한 것이겠죠. 그래서 나츠코는 마히토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전투기 덮개를 제작하는 군수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엄청난 부자입니다. 한 번은 마히토가 전학 갈 학교에 새 차로 태워주기도 했는데 당시 시골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부러움을 받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전쟁중인 나라의 시골은 상상 이상으로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다 헤진 옷을 입고 다니는데 마히토 혼자 때깔 좋은 교복을 입고 다니죠. 마히토의 성격도 한 몫 했겠지만 결국 마히토는 시골 생활을 적응 못하고 아이들과 싸웁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커다란 돌을 들더니 자기 머리를 찍어버립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으나 마히토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긴 했습니다. 피가 철철 흐르는 머리를 본 나츠코와 아버지는 마히토에게 등교 대신 휴식을 취하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마히토의 머리를 그렇게 만든 자식에게 본 떼를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마히토가 거절하죠.
나츠코를 구하기 위한 여정의 시작
이 저택에 온 첫 날부터 마히토에게 음산한 기운을 품기던 학이 한 마리 있었습니다. 학을 따라간 마히토는 말도 안되는 일을 경험합니다. 웬 거대한 탑이 나타나고 학이 말을 하기 시작하더니 마법을 부리기도 합니다. 학은 마히토가 탑으로 들어오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가정부들이 마히토를 발견하며 일단 학은 도망가죠. 그러나 어느날 임신한 상태인 나츠코가 집에서 없어졌습니다. 이에 가정부들과 마히토가 저택 주변을 수색하고 마히토는 무엇을 이끌리 듯 탑으로 향합니다. 나츠코가 탑 안에 있을 거라 확신한 것이죠. 그렇게 마히토가 가정부 한 명은 탑의 입구로 들어갑니다. 일명 ‘아랫 세상‘이라 불리는 탑은 판타지 세계였습니다. 기존의 상식들로는 이해가 불가능했죠. 두서 없이 팰리컨 떼가 나오기도 하고 와라와라로 불리는 귀여운 생명체도 만납니다. 앵무새들이 칼을 들고 죽일 듯이 쫓아오기도 하죠. 이 곳에서 마히토는 어린 시절의 어머니 히미도 만납니다. 죽음과 생명이 붙어 있고 과거와 미래도 연결돼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탑의 창조주인 히미와 나츠코의 할아버지도 만납니다. 마히토의 외증조할아버지인 격이죠. 외증조할아버지는 마히토가 자신을 이어서 이 탑의 창조주 자리에 앉길 바랍니다. 탑은 지금 13개의 돌로 구성돼 있었죠. 참고로 이 13개의 돌은 지금까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지브리에서 그린 작품의 개수입니다. 그러나 마히토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갈 것을 택합니다. 히미 또한 현실로 돌아가기를 택합니다. 하지만 히미가 현실로 돌아가면 자신을 낳고 병원에서 죽을 것이라며 마히토가 말리지만 히미는 “죽음이 뭐가 두려워, 널 낳은 건 기쁜 일이야”라고 말합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를 통해 자신이 살아간, 그리고 살아가고 싶은 방식을 말해줬습니다. 어린 시절 결핵으로 인해 편찮으셨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군수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에 대한 모호한 감정. 그리고 우리에게 물어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자체의 내용은 참 추상적이고 생략돼 있는 부분이 많아서 평 자체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상업성 같은 것은 전부 내다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들로만 영화를 가득 채운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동안 지브리 영화를 진짜로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영화였습니다.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천재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순수한 작품입니다. 순도 100%짜리인 것이죠. 사실 저 또한 처음에 영화를 본 다음에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유튜브에 해석본을 찾아봤습니다. 그동안 지브리 영화를 사랑했으나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는데 해석본을 통해서 이 사람의 인생을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이후에도 영화관에서 한 3번은 더 봤네요. 영화 마지막에 재생되는 요네즈 켄시의 ‘지구본(Spining Globe)‘도 최고였습니다. 영화 제목과 어울리는 가사가 특히 명품입니다. 참고로 영화 만드는 데에 7년, 노래 만드는 데에 4년이나 걸렸답니다… “손이 맞닿는 기쁨도 놓아주었던 그 슬픔도 질리지도 않고 그려나가 지구본을 돌리듯이”. 마지막 가사에 나오는 구절인데 영화의 핵심과 맞닿는 것 같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것이고 과거에 얽매여 있지 말고 나아가라‘라고 감독이 귓속말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다들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댓글